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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21. 21:10


2009.09.20. 옥인동 골목
카메라를 달랑 달랑 들고
한가하고 조용한 옥인동 골목을 휘 돌았다.
동네에서 빠져나오는 길에 문득 부딪힌 풍경
리어카에 잔뜩 폐휴지.
그 높다란 폐휴지에 가려 보이지도 않던
리어카를 밀고 계시던 등이 굽었던 조금은 마른 체구의 할머니.
연분홍 - 색이 흐렸던 건지, 색이 바랬던건지 -  얇은 스웨터를 입으신.
힘겹게 리어카를 미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유독 연분홍이 어울렸던 울 할머니가 자꾸 생각났다.
여든의 나이에 아들의 집에 명절이면 양평 시장에서 산
손주들 양말과, 아들 내외의 속옷이 담긴 검은 봉지를 바스락 끌러 놓으셨던.
한 평 될듯할까. 안쪽에 당신이 겨우 누우실 방한칸 앞에 
겨우 4인용 테이블과 삐걱대고 녹슬고 기울어진 의자 두개를
재활용센터에서 얻어 막걸리를 한잔씩 동전을 받고 파셨던 할머니.
그저, 오일장 서는 날, 인부들에게 욕섞인 웃음을 호탕하게 웃으시며
막걸리에 선지해장국 파셨던 할머니
어릴적 일년에 한두번씩 양평에 며칠씩 할머니와 함께 지내다 올라고온 했는데
머리가 점점 커지면서, 그 작은 할머니의 공간이 지저분하게 느껴져서
점점 싫어했던거 같아. 할머니 집에 놀러가는 걸.
돌아가시고 나니까. 그 할머니의 메마른 피부와, 까끌한 손바닥과 손톱이
얼마나 그리운지.
'아이고 내 새끼'하며 얼굴을 쓰다듬으시던,
어릴적 양평 할머니 집에 며칠이고 있을땐, 매일 매일 야큐르트 하나씩.
먹지도 않는 선지해장국. 이것도 눈물 나게 마음이 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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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