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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29 비오는 일요일 아침
2010. 8. 29. 09:54
오랜만이다. 이렇게 찬찬히 빗소리를 듣고 있는 시간에 싸여있는 순간은.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쏴아~하고 시원하고, 아파트 베란다 난간에 맺혔다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는 똑똑, 야무지게 들린다. 
고시(古詩)에 보면 소상야우(瀟相夜雨)라는 말이 많이도 쓰이는데, 그 소리 어떤지 들어보지 않아도, 소상강 대나무 숲에 떨어지는 밤 빗소리가 어떨지 그 상상만으로 충분히 알 것만 같다. 어렸을때부터 왜 그랬는지, 비가 무척 좋았다. 비 오는 날이면 우비 입고 흙길에 패인 빗물줄기에 댐 만들겠다고 유리병에 진흙담아 놀았던 기억, 장마였던가? 비가 많이도 내렸던 날 국민학교 앞 도랑이 불면 꼬맹이인 나로서 그 도랑을 건널수 없었는데, 그런 날이면 엄마가 학교 앞 도랑까지 장화신고 따라와 꼭 그 도랑을 안아 건네 주고 돌아가셨던 추억도 있다. 그리고 중학교 때였던가? 좋아하는 친구에게 선물로 준다고 노래 테이프 녹음해 주면서, 앞부분에 빗소리 녹음하고 생일 축하한다는 멘트 녹음해서 줬던 일도 있었다. 비가 많이 쏟아져 앞이 잘 안보여도, 비오는 날 운전을 좋아한다. 
이렇게 비가 좋아도, 수런 수런한 세상 소리 속에 파뭍혀 살다보니 이렇게 오랫동안 비오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어본지가 얼마만인가 싶다. 일요일 아침 8시에 잠이 깨었는데, 신랑은 피곤한지 아직도 꿈나라다. 좁은 집이라 곤히 든 잠 깨울까봐 불도 켜지 않고 있고, 텔레비전도 켜지 않고 있었더니 10시가 다 되어가는 이 시간에도 비 덕에 암흑이다. 덕분에 두시간을 고요히 빗소리 듣고 있는 호사를 누렸다. 그래도 이제 신랑 깨워야지! 내일이면 그리워질 일요일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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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